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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arillion fanfic/기타/ finmae

마에랑 마글로르 쓰고 싶은 부분만

마글로르가 핀마에 관계를 알고 따지러 왔고 마에는 긍정하고 그래서 마그리가 씩씩거리는 거.









페아노르 전하께서 귀환하셨습니다. 어서 가보셔야 하실 것 같습니다. 찾으실 겁니다.

 

시종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여행을 떠난 페아노르의 귀환. 그럴 만 했다. 마에드로스는 벌써 시종의 말을 여섯 번째 무시하고 있었으니까. 차마 재촉하지도 못하고 문 밖에서 안절부절못한 채 종종거리고 있을 시종을 생각하니 마글로르는 절로 가여워졌다.

 

어제부터 소식을 받았죠? 어서 가봐야 할 것 같은데요.

망할, 영감이 지치지도 않는 군. 좀 더 돌아다니실 것이지.

 

마에드로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외투를 ‘직접’ 걸쳐 입다 대꾸가 없는 마글로르에 스스로 말을 덧붙인다.

 

“예전에는 아버지께서 돌아오시는 날을 그토록 기대했는데 말이다...”

 

자신이 냉정해 보일까 걱정하는 걸까. 새삼스레 이제 와서 내게 못난 아들로 비칠 까봐.

 

마에드로스는 검도 직접 허리에 둘렀다. 마글로르는 도와주지 않았다. 마에드로스가 직접 목도리를 두를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색해하는 마에드로스의 모습이 어딘가 귀여워서 짧은 대답은 해주었다.

 

“이젠 어머니께서도 계시지 않으니까요.”

 

공기가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워졌다. 미리엘의 죽음이 가여운 페아노르에게 광기를 선사했듯이 티리온 전역에서 울려 펴지는 부모의 불화는 다 큰 자식들에게도 따가운 상흔을 남겼다. 네르다넬이 별거를 선언했을 때 마글로르는 직접 그녀를 마흐탄의 별장으로 모셨다. 페아노르가 자신의 어미를 더욱 가혹하게 대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탓이다. 마차가 별장의 입구에 도착하자 네르다넬은 살풋 미소지으며 마글로르의 손을 꽉 잡아준 뒤 별장으로 들어갔다. 네르다넬은 스스로의 판단에 옳지 못한 것을 사랑하지 않는 인물이다. 마글로르는 차마 네르다넬에게 페아노르의 흉측함을, 아집을, 이기적인 면모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었다. 그것이 페아노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었지만 네르다넬의 삶은 처절히 파괴될 것이다. 네르다넬은 스스로가 부서지면서 페아노르를 지탱할 만큼 그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아끼는 자식들이 스스로의 상처를 다스릴 정도로 성장하기를 기다려 임무를 완수하자 그녀는 단호히 페아노르를 떠나버렸다. 아니, 내쳤다. 페아노르는 일방적으로 버림받았다고, 자신은 버려졌다고 여겼다.

 

동생들을 잘 보살펴주렴. 손을 놓고 별장으로 사라지기 직전, 여태 마글로르에서 ‘형’으로서의 어떠한 책무도 요구했던 적이 없었던 네르다넬이 그리 말했다. 그렇게 걱정되시면 저희 곁에 남아 있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간신히 억눌렀다. 나도, 당신 앞에서는 다 큰 아이에 불과한데. 저희도 당신의 아들인데.

 

어머니의 곁에 있고 싶어요.

 

마에드로스가 네르다넬을 사랑하면서도, 그녀가 왕가를 떠나 버린 사실에 이기적이게도 약간의 분노를 품고 있음을 마글로르는 알고 있다. 사실상 모든 뒤치다꺼리는 마에드로스의 몫이 되어버렸으니까. 아니면 자신마저도 버림받았다고 느껴지는 걸까. 어쨌든 마글로르는 가능하면 마에드로스의 앞에서 네르다넬의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그런 걸 신경 쓸 마음도 들지 않는다.

 

“어머니께서 제게 같이 가자고 하셨습니다.”

 

서류를 정리하던 마에드로스의 손길이 멈칫했다. 네르다넬의 선택은 마글로르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결국 어느 쪽을 선택하든 마글로르는 선택하지 못한 길을 곱씹고 또 곱씹으며 그리워할 것이다. 무엇보다, 마에드로스는 마글로르가 자신을 떠나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생각에서 왠지 모를 여유로움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그저 족쇄가 아니다. 선택할 수 있다.

 

마에드로스의 얼굴에 옅게 웃음기가 떠올랐다. 하마터면 욕이 튀어나올 뻔 했다.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

 

빌어먹을 인물이다.

 

“정말입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그러냐. 갈 생각이냐?”

 

상냥한 마에드로스의 어조는 자칫 그가 정말로 자신의 말을 믿고 있다고 믿어버리게끔 착각하게 만든다. 그런 점이 싫었다. 차라리 완벽하게 속이지, 늘 마글로르를 상대로는 여지를 남겨둔다. 그러면서 숨기고 싶은 것은 감쪽같이 속여버리지... 둔하고 단순한 자신은 그저 농락당할 수밖에. 그처럼 교활해지고 싶었다.


“당신이 허락한다면.”

 

마에드로스는 물끄러미 마글로르를 쳐다보았다. 아. 상처받았다. 묘한 희열감이 느껴졌다.

 

“어린아이 같구나.”

 

마글로르의 대답이 아집이란 걸 알면서도 마에드로스는 자신이 상처받았다는 사실을 숨기지 못했다. 그것이 조금 기뻤다.

 

“당신에게 소중한 존재가 저 뿐이 아닐 진데, 굳이 제가 남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그토록 든든한 정인까지 있으신데.”

“어린애처럼 꽁해서는... 카노. 너도 네 가족이 있다.”

“아내와 저는 소원합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애초에 사랑으로 맺어지지 않았던 결합, 노력해보았으나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군요.”

 

그녀는 당신에게 연정이 있었으니까. 평생 마에드로스에게 말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결혼한 지 한참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깨닫고 마글로르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자신을 탓해야 했다. 자신은 늘 한 발 느렸다. 나중에서야 후회한다. 아버지의 막무가내식 결혼 강요를 자신을 위해서도, 그녀를 위해서도 막았어야 했다. 그래, 어렸던 당시의 누가 적발의 자신만만한 왕자를 사랑치 않을 수 있었을까. 그 왕자는 꿈에도 모르겠지만. 그런 불쌍한 내가 당신과 핀데카노의 관계를 알고 이토록 당신을 비난한다 해도 뭐가 그리 잘못인가? 형제들은 다 아는 둘의 관계를, 내게는 알음알음 감쪽같이 숨겨놓고서.

 

“너를 보내진 않아. 아무리 어머니의 뜻이어도.”

 

그 이유가 나의 반응이 꺼려져서든, 당신의 독점욕 때문이든 나는 한참동안 아무것도 몰랐다.

 

“허락하지 않아. 나는 아버지와는 달라.”

 

아니요. 똑같아요. 자신만만하고 매력적이며, 핏줄에 집착하고 타인을 맹목적으로 만들지. 그리고 그걸 당연하게 여겨.

마에드로스는 손을 뻗어 마글로르의 귓등을 쓸고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를 부드럽게 뒤로 넘겼다.

 

“단순한 치기로 멍청한 생각은 하지 마라. 카노. 네가 떠나는 것은 참을 수 없으니까.”


마에드로스는 망부석처럼 서 있는 마글로르의 이마에 키스한 뒤 방을 떠났다. 마글로르는 돌아버릴 것 같은 분노로 입술을 깨물고 한창동안 마에드로스의 방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핀데카노는....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그래서, 핀데카노는요.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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